cEntErd in 성곡 (2000)


2000년 1월 15일 밤 성곡미술관에서 열린‘테크노 레이브파티-센터드 합 인 성곡’은 문화융합의 성공적 사례였다. 전시 ‘시각문화-세기의 전환전’의 ‘테크노존’이 마련된 본관 3층 전시장은 10시간동안 테크노 클럽으로 변모했다. 사무라이 혹은 강호의 무사같은 옷차림에 색들인 긴 머리를 묶거나 꼰 레이버들은 테크노바를 무슨 패션쇼 현장처럼 보이게 했다. 

한쪽에는 전시중인 비디오 아트작품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스탠드 바와 디제잉 박스가 마련된 전시장내부에서 잘게 분절되는 박자와 비트만이 있는 테크노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시장 벽면에는 반복적이고 몽환적인 프랙탈 영상이 쏘아 올려졌다. 정통 테크노 마니아들을 자처하는 탓일까. 흔히 유행하는 ‘도리도리춤’은 볼 수 없다. 

저마다 음악에 맞춰 관절을 노골노골 풀어대듯 몸을 흐느적거린다. 과거 나이트클럽에서 흔히 볼 수 있던,여러 명이 원을 그리며 춤추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한쪽 벽을 향해 쭉 늘어선 이들은 제각각 춤의 세계로 몰입해간다. 
집단적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지만 그 체험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옷차림도 가지가지다. 앞서 말한 최첨단 복장에서 ‘범생이’ 차림까지 다 있다. 별로 말도 없다. 

미술관은 사방이 흰 벽면이라 테크노의 공간으로 제격이다. 테크노바에서는 단연 흰옷이 많은데,난사되는 조명을 다 받아 반사해내기 위해서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춤추는 것이 아니라 온몸에 빛을 받아가며 빛과 함께 부서져가며 춤춘다. 몰아의 경지를 향해가지만 그것이 음습한 이성애적 쾌감과는 다른 색채를 띠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몇시간씩 몸을 흔들어대던 레이버들은 갑자기 조명이 밝아지면서 동작을 멈춘다. 밤 11시. 
미술관 인근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경찰서에 신고하는 바람에 순찰차가 나왔다. 미술관측은 원래 10시까지만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약속을 어겼다고 하고 테크노파티를 주최한 
레이버연합측은 새벽 4시로 알고 있었다고 맞선다. 

이들의 실랑이가 길어지면서 미술관측은 전원을 내렸고 내부는 암흑이 됐다.
“야 딴데 가서 놀자.” 
깨어진 여흥이 아쉬운 이들은 속속 미술관을 빠져나가고 12시가 다 돼서야 
‘밤 2시까지,스피커의 볼륨을 좀 줄인다’는 데 양측이 타협했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넘어갔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전시장은 또다시 몰아의 세계로 젖어든다.
“미술관에서 테크노파티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대단치는 않아. 그래도 오랜만에 미술관에서 몸을
푸니까 기분은 좋네.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술관은 처음이거든.” 한 레이버의 말이다.

( 1월 21일자 인터넷 문화일보에서 발췌)